청음 안되는 화음 찾기
귀로 들어봐도 잘 안 될 때는 유추해서 넣는 기법을 씁니다
1) 청음이 잘 안 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전 강의들에서 틈틈이 청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몇 가지 테크닉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귀가 충분히 훈련되지 않았다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음을 따는 것이 잘 안될 수도 있습니다. 멜로디까지는 어찌저찌 잘 따내더라도, 화음(코드)를 딸 때 벽을 느끼실지도 모릅니다.
이때는 속된 말로 '대충 때려박는' 방법이 도움이 될텐데요. 대충이라고 해도 기초적인 지식을 알고 있으면 더 쉽고 정확해집니다. 이번에는 그러한 테크닉을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2) 왜 내가 넣은 화음은 허전하게 들릴까?
처음으로 화음을 넣어보기로 마음 먹은 분들은 같은 음 한 개를 위에도 넣고, 아래도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2옥타브 D, 3옥타브 D, 4옥타브 D 이런 식으로 쌓아 나가는 것이죠.
그러나 이러한 옥타브 배치는 화음으로서의 기능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틀리지는 않았지만 속이 텅텅 빈 느낌의 소리가 나오게 됩니다. 악기를 아무리 여러 개를 써서 겹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쓸 수 있는 화음이 항상 부족하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3가지의 다른 음을 넣어도 모자랄 판이므로, 대부분은 옥타브 배치보다는 다른 음을 넣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됩니다.
옥타브만 다른 음을 잔뜩 겹쳐봐야 공허해질 뿐이다...
3) 화음의 기본적인 형태는 알고 가자
화음의 형태나 구성음을 보여주는 pianochord.org라는 좋은 사이트가 있습니다. 여기서 C 메이저 코드를 열어봅시다 (링크 클릭 시 이동).
화음(코드)는 기본적으로 한 개의 루트 음을 바탕으로 보통 2가지의 전위(inversion) 형태를 가집니다.
이미지의 첫번째 코드를 보시면 우리가 가장 잘 아는 C 메이저 코드입니다. 도, 미, 솔을 누르면 되지요. 여기서 도를 한 옥타브 위로 올려서 미, 솔, 도 순서대로 배치해봅시다. 이것도 C 메이저 코드입니다. 미까지 한 옥타브 위로 올려도 마찬가지구요.
소리의 느낌이 약간 다를 수 있어도 3가지 형태가 같은 C 메이저 코드인 이유는 구성음이 도, 미, 솔로 똑같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C 메이저 코드의 루트 음은 언제나 C입니다.
다른 코드들도 대체로 이런 식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요컨대 같은 도, 미, 솔을 써도 3가지의 형태가 나온다는 뜻이다. 그러나 루트 음은 셋 다 '도'라는 점이 매우매우매우 중요하다.
4) 가장 확실하게 들리는 음 하나만 잡아라
정확한 유추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기반이 되는 음을 한 개라도 잘 잡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어디 음인진 모르겠지만 난 이거 하나는 확실한 것 같아! 내 귀를 걸겠어! 하는 음 하나를 캐치해봅시다.
그 음이 멜로디가 될 수도 있고, 중간의 특정 악기 소리가 될 수도 있고, 베이스 기타 음이 될 수도 있지요. 정확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래도 가급적 베이스 기타의 음이면 좋습니다.
딱 한 개만 잘 따도 된다구요? / 놀랍게도 사실입니다.
5) 조화로움이 시작되는 완전 5도음
가장 먼저 유추할 수 있는 음은 위쪽으로 완전 5도음, 아래쪽으로는 완전 4도음입니다. 쉽게 말하면 도를 기준으로 위쪽 솔과 아래쪽 솔을 말합니다.
위쪽으로 완전 5도 : 검은 건반 포함해서 7개 위에 있는 음
아래쪽으로 완전 4도 : 검은 건반 포함해서 5개 아래에 있는 음
왜 완전 5도를 찾으래놓고, 아래쪽의 솔과 위쪽 도의 관계는 완전 4도인가... 를 이해하려면, 매우 복잡한 음향학 이론 지식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냥 그렇구나 하시면 편합니다.
하여튼 도를 찾았으면 솔이 화성학적으로 굉장히 잘 어울리는 소리인 것은 분명합니다. 첨부한 표를 바탕으로 적절한 완전 5도를 찾아서 매칭시켜보시기 바랍니다.
'C의 완전 5도음은 G', 'G의 완전 5도음은 D'... 이런 식으로 읽어나가면 됩니다.
6) 코드의 색깔을 결정하는 3도음
완전 5도를 찾았다면 그 다음에 찾아볼 음입니다. 밝은 느낌의 메이저 코드 / 슬픈 느낌의 마이너 코드,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메이저와 마이너의 느낌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3도음입니다.
해당 부분을 원곡으로 들어본 다음 그 부분이 밝은 느낌인지 슬픈 느낌인지 확인하고 3도음의 위치를 추적합니다.
메이저 코드는 장3도를 씁니다.
검은 건반 포함해서 4개 위에 있는 음
검은 건반 포함해서 8개 아래에 있는 음
마이너 코드는 단3도를 씁니다.
검은 건반 포함해서 3개 위에 있는 음
검은 건반 포함해서 9개 아래에 있는 음
C 메이저 코드라면, 루트 음인 C를 기준으로 장3도 음(=E)를 이렇게 찾는다
7) 때려 박았는데 소리가 이상하다면?
이렇게 열심히 계산해서 집어넣었는데 소리가 이상하게 안 어울리고, 불협 화음으로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분이 따낸 그 한 개의 음이 루트 음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3도 음이나 5도 음이었던 거죠. 혹은 재즈 화성 등에서 사용되는 다른 음(7도 음 등)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건반의 갯수를 세는 것은 반드시 루트 음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다른 음으로 건반 갯수를 세면 엉뚱한 코드가 계산돼 나옵니다. 다시 말해서 계산해서 찾아낸 음들끼리만 들어보면 조화롭지만, 정작 원곡과 같이 들었을 때는 조화롭지 않게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루트음을 찾아내고 ▶ 나머지 음을 찾아내는 과정을 추가로 거쳐야 합니다. 물론 이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분은 이미 2개의 음(스스로 딴 음 & 루트 음)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루트 음을 바탕으로 나머지 하나만 더 찾으면 끝이죠.
그러므로 아래의 과정을 통해 루트 음을 같이 찾아보도록 합시다. 설명용 이미지는 C 메이저 코드 기준입니다.
(1) 3도 음이라고 가정
아래로 3~4개의 건반을 내려가면 루트 음이 나옴
(메이저는 4개 / 마이너는 3개)
(2) 5도 음이라고 가정
아래로 7개의 건반을 내려가면 루트 음이 나옴
(3) 맘마미아~! 둘 다 아니었음
이 경우에는 그냥 다른 음을 하나 더 따서 다시 유추합시다.
~ 더 알아두면 좋은 내용 ~
이 기술은 여러분이 1인용 악보에도 도움이 되며, 합주용 악보를 만들 때는 거의 필수적인 테크닉입니다.
여러분의 1인용 악보에 첼로나 튜닝 바이올린 같은 악기를 하나 추가하세요.
그 다음에 3개의 화음을 따서 반주처럼 쫙 깔아보시면 어떤 느낌인지 바로 깨닫게 되실 겁니다.
중간에 살짝 언급했던 7도음, 재즈 화성, 디미니쉬 코드 등의 경우는 경우의 수가 많아 매우 복잡해집니다.
위처럼 100% 유추하기는 어렵지만, 얼추 그 근처에 적절한 음이 있는 것은 확실하므로 열심히 원곡을 청음해봅시다.